암만 무시해봐라

내가 불행해지나

 

행복은 상대적인 것,

이미 내 행복은 너희들 못지않아

까놓고 니네가 행복하면 얼마나 행복하다고 나한테 이 지랄이냐

나의 불행은 오로지 너희들의 상상일 뿐,

암만 무시해봐라 내가 불행해지나

 

나는 무적의 행복열쇠공

너흰 내 불행의 키를 쥐고 있지 않아

왜냐면 그런 건 없으니까

난 보이지 않는 바닥을 딛고 있으니까

 

행복은 상대적인 거거든

난 따뜻한 물에 머리를 감으면 뿅가거든

우리 건물 화장실에 따뜻한 물 나오거든

 

니네라고 50도 물에서 씻진 않을거 아냐

나랑 비슷할꺼 아냐

내가 내 두피로 행복하겠다는데 니네가 어쩔테냐

 

그래, 근데 고기 자주 먹으면 행복하긴하겠지

그건 좀 부럽다만

하루에 한번만 먹으면 김밥도 고기 못지않다.

밥알 하나하나, 단무지 저 뿌리 끝까지, 노란색부터 검은색까지, 그리고,

똑같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이다

니네 다이어트 식단보다 부족함없는 식단이다

 

그러니까 너희가 날 이미 끝났다고 여기건 말건 그런건 상관없는데

내가 불행할거라고 확신하는건 

오케이, 확신하는 것까지도 상관은 없는데

내가 불행한것이 맞다고 그것이 정상이라고

너도 언젠가 행복해질 날이 올거라고 말하는 건,

 

그건 아니지

나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니까

행복을 연기하고 있는게 아니라니까

 

근데 너는 아까부터 슬슬 긁으며 무시하더니

이제는 위로하는 척 돌려 먹이네

 

아냐아냐, 내가 조금 민감하게 반응한건 맞는데 이게 내가 가난해서 그런건 아냐

오래오래 전래동화처럼 옛날옛적부터 실패만 해서 화낸게 아니야

나는 이렇게 실패조차 희화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아냐 오해야

그래서 사람들이 날 떠난게 아니야

내가 자꾸 예민하게 굴고 화를 내서 사람들이 나를 떠난게 아니라고

내가 대체 뭘 얼마나 화를 냈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까 나를 싫어한다는 거야

 

알았다. 알았어

내가 부족했다. 그렇게 반응하지 말았어야 했어

나를 걱정해서 해주는 말인데 꼬아서 들을 필요 없었지

내가 진짜로 못나서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맞지 불행하지 니네말이 맞지 연기지

남들 다 결혼해서 집사고 차사고 애들 학교보내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나는 나이 먹고 사무실 쇼파에서 자고 남들 눈치보면서 씻고

김밥 몇줄로 하루를 때우는데

이것도 몇달 해야지 십년이 훌쩍 넘었잖어

그게 거지새끼지 사람새끼냐

너희 말이 맞지 불행한게 맞지

 

그래 가라 지하철 시간 됐다

안해 임마 자살은 무슨

가라

 

너희말대로 내가 불행한게 맞다면

불행하다고 하자

어쨌든 행복은 상대적인거니까

이렇게 내가 행복한데 사실은 이게 불행한 거라면

진짜 행복은 얼마나 행복한거겠냐

 

설레여 미치겠다.